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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남산 올라 자물쇠 편들기. 본문

포토에세이

오랜만에 남산 올라 자물쇠 편들기.

djdream 2011. 4. 18. 14:24

봄이 왔다. 결국 와 버리고 말았다. 화사한 계절이 싫은것은 아니나 겨울이 간 것이 아쉬울 뿐. 그래도 봄이 섭섭해할까 하여 몸을 일으켜 남산을 올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아침 10:00) 

꽤나 남산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혼자서 남산 계단을 오르다 보면 올라간 높이만큼 내려놓을 것들이 생각난다. 뭐 둘이 걸으면 한걸음씩 올라 걸으며 조금씩 서로의 생각과 호흡이 포개지니 연인들의 산오름은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그리고 심적으로나 몸적으로나 참 내려다 보기 힘든 아파트 숲들과 한 평생 살면서 가보지 못할 구석구석들이 한분에 보이는 광경.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것을 기대하게 한다, 남산 이라는 곳은. 분명 커플로 득실거릴것이 뻔한 천편일률적인 모습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난 디자이너 답게 과감한 선택을 했다. 나와 친구... 남자 둘이서 가기로.. 무엇이든 혼자보다는 둘이 좋다는 얘기는 거짓이다.
 
회사를 서울역으로 옮긴 이후 첫 오름이었다. 사실 남산 본인께서도  본입 입으로 "나 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쑥스러운... 그리고 나도 남산을 오른다하여 "산을 오른다!" 하기에는 뭔가 쑥스러운...그런 설레이는 관계다. 우린. (결국 16:00)

사실 이 쑥스럼 많은 남산씨를 오래만에 오르고 싶은 이유는 사실 다른데 있었다. 자물쇠. 그게 참 궁금했다. 멋남 알렉스가 이벤트로 남산에 올라 멀쩡한 자물쇠를 꿰어 투하한 것을 시작으로 남산의 정상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답지 못한 자물쇠들이 서로를 결속 시키고 있다고 들었다. (혹자는 마이산에 돌처럼 쌓여 있다 했다.) 남산의 전망을 망치고 흉물스럽게 되어있다며 뉴스에 보도된게 기억이 났다. 뭐 그 전에도 철거와 실랑일 반복했기는 했지만 나는 나름 경관을 해치는 쇳덩어리가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였다...게다가 던지기 까지 하다 보니 이건..(연인들의 사랑의 증표가 누구의 그 누구의 머리에 꽃히기라도 해봐라.) 
 
역시 온 세상 자물쇠들을 다 보고 내려왔다는. 남산의 조망 시야를 가린것이 무엇보다 아쉬웠지만 사람들이 참 재미있어 하고, 그 자체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이 자물쇠 펜스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무분별해 보이고 너무나 넓은 영역으로 되어 있는 펜스의 정리는 필요할 듯 보였다. 나름 정리를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예전과 비슷한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 가버리는게 꼭 오래된 커플네 이야기 같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연인들의 사연이 이리 서로 낑겨있으면 답답하지 않을까...
'일반 자물쇠 말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재활용 가능한 자물쇠 같은걸 예쁜게 디자인해서 팔아도 좋겠다 싶었다. 서울 성곽이니 아예 자물쇠 말고 레고처럼 쌓아서 성곽같은 구조물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었다.' 는 이런 저런 생각들. 



그래도 이 흉물들을 찍고 나서 보니
살짝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뿐은 아닐듯.

찍사의 편들기가 들어가 있어서 일 수도 있고 ,
시작하는 연인들의 풋풋함과 그 만지작거림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물쇠
흉물 인것은 인정,
그러나 출신성분이 꽤나 고상한 친구이니...

남산을 올라 보게 되신다면 나름 예쁘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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