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메모리
djdream
2014. 5. 16. 16:11
이 사진을 찍었던 녀석이 망가졌다. 신기하게 가만히 놔뒀는데 너무 가만히 놔둔게 문제인지 작동 하질 않는다. 중한동안 한국에 있게되면서 작년까지 통틀어 처음 잡아볼까 싶어 만지작 거렸는데 응답이 없다. 밥 주듯이 한국에 올때마다 몇장이라도 찍어줄껄 그랬다. 카메라 안에 지워지지도 않은 메모리도 그때 그대로 들어있었다. 내심 미안했다. 너는 이걸 지금까지 품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물론 하루에도 십수장씩 아이폰으로 먹을 걸 찍어대는 나. 꽤 좋은 가격으로 사서 잘 쓰던 이 녀석이 작년에 갑자기 망가져 버린 이후 나는 거의 카메라를 찾지 않았었다. 가지고 있는 수동카메라가 몇개로 아직도 열댓방 찍은 필름채로 너저분한 집 어딘가에 기대 있으니 결국 네 열정이 식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