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시간 동안에
여느때와 똑같은 겨울 아침. 날씨는 짖궃게도 새로 사입은 코트의 목덜미를 감싸 쥐게 만든다. 어제 늦게 까지 술을 마셨다. 이것 저것 주는대로 섞어먹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제 오래된 친구의 이별 이야기. 이야기하다 술 한잔을 마시고 이야기를 다듣고 술 두잔을 부었다. 덤덤한 척하는 이별 이야기는 생각보다 감동적이지 못했다. 질질 짤 나이도 지났을 분더러 결과를 반복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자기암시라도 거는 마냥, 친구의 말투는 단호했다. 아프지만 , 그냥 아픈것 일 뿐이다.
이른 아침에 지하철에서야 어제 내뱉었던 직설적이고 다듬지 못한 말들을 되새겨 보며 흐뜨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해 본다. 어차피 시간의 利己들이 2호선의 급박한 사람들처럼 벌써 내 어깨를 흐트러뜨리고 지나갔다. 내릴 정차역을 알고 있으면서도 꾸역꾸역 슬라이드 도어의 가장 끝부분에 몸을 기대 오가는 사람의 시간에 눈을 맞춘다. 여기 서 있으면 꽤나 수월하게 내릴 수 있다. 그 수월함에 20분을 불편해 하는 있다는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불편과 편리는 결국 딱 생각 하나 차이다. 결국 안쪽으로 깊이 들어간다. 너무 깊이 비짚고 잡은 천정 손잡이 자리는 결국 내릴 정착역에 맞춰 나올 마음을 무겁게 만들껄 알면서도 결국 그 자리가 내 자리다 싶다. 그래도 걱정은 한가득. 한번도 못 본 수많은 몸뚱이들이 나를 편하게 나오게 해 줄리 없으니까. 어제 헤매고 있던 그 친구의 사랑처럼...뭐 어차피 내가 내릴 정차역은 아직 8 정거장이나 남았다.
사랑하는 시간 동안에 정차역 따위가 필요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더욱 지나온 시간의 어느 모퉁이에는 돌아가지 못하는 아쉬움과 미련의 흔적이 남는지도 모른다. 달리는 열차의 유리창 너머 풍경 이래 봤자 어차피 순간의 빛 ,그 빛의 연속일뿐. 한참을 창너머를 내다보고 있다 이상한 착각을 시작한다. 내가 열차 안에서 밖을 보고 있는건지. 플랫폼에서 기차를 보고 있는건지.
어제 그렇게 이별 이야기로 한참을 부대꼈던 그 친구는 지금 사랑의 안에 있는걸까. 밖에 있는걸까.